커플링은 어느 기부단체에서 기부를 약속하면 주는 반지로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반지라는 어떤 물질에 굳이 의미를 부여해 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다이아몬드는 그저 아주 단단한 돌이지 않나요.

"너란 여자, 멋있는 여자. 이런 사람이 어딨어"라는 칭찬을 라미에게 들었다. 

그러나, 그 단체의 비리나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고, 실제로 기부를 하고 있는 친구 몇몇은 내 선택을 반기지 않았다. 취지는 좋지만 굳이 반지를 위해 그 기부단체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커플링에 들 돈을 들고 다른 기부단체에 갈 수도 있었지만, 

실반지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반지를 보러 다니게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장처럼 찍어내는 커플링은 하고 싶지 않았기에, 

삼청동이나 연남동의 작은 공방을 몇 군데 돌아봤다. 그리고 연남동의 <금방 그자리>에서 반지를 맞추게 되었다.

반지 욕심 하나도 없다고 줄곧 말해왔던 나는 공방 주인의 '밝고 열정적인' 에너지에 설득되어 어느새 가드링을 세 개나 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야 만다..........

 

 

금방 그자리가 좋았던 이유, 

 

1. 가드링 맛집

- 그 결과, 가드링을 세 개나 해버렸다.

 

2. 반지 토너먼트

- 예쁘다고 생각한 반지랑 실제 내 손꾸락에 어울리는 반지는 따로 있다. 1차로 고른 반지들 중에 각각 비슷한 반지들끼리 토너먼트를 했는데 보기에 예쁜 것보다 내 손가락에 어울리는 반지는 따로 있었다. 

 

3. 사장님의 열정

- 지치지 않는 그분의 열정에 탄복함...

 

4. 실물 깡패 반지들 

인스타로 볼 때는 반신반의했던 반지들(내 스타일 아닌데...??)이 실제로 보면 반하고야 만다. 

 

5. 서비수서비수서비수

- 인심이 후하심. 

 

6. 반지 '공방'

모든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 실제로 나도 메인 링은 심플했는데, 조그맣게 다이아를 박는 것으로 바꿨다. (분명 다이아는 돌이라고 했는데....) 

 

 


유료 서체를 샀다. 많은 서체가 필요했던 건 아니고 윤고딕과 윤명조가 필요했으므로.

윤멤버십으로 구매.




윤멤버십 WHITE는 (한글 폰트 팔면서 굳이 영어를 써야 하는 이유 무엇..),


-개인이나 1인 기업에 적합 (제일 저렴하다...)

-연간 88,000원

-윤고딕 705,700과 윤명조 700을 포함한 폰트 총 187종 시리즈


윤고딕 705 / 윤고딕 700 / 윤명조 700 / 머리정체2 Basic / 머리정체2 Special / 눈송이뿜뿜 / 

커리어우먼 / Cre 패키지 / 엉뚱상상 패키지 / 윤수다 패키지 / 팬시폰트 패키지 / 소금 / 

아트율려 / 필 패키지 / 


- 사용범위: 1차 라이선스 : 윤고딕 700/705 사용 범위 제한 없이 사용 가능

- WIN & MAC 호환 가능 : 아주 칭찬함!

- 최신 폰트 트렌드를 반영한 지속적인 신서체 업데이트 : 최신 트렌드 아니기만 해봐...라



패키지 폰트 설치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1. 멤버십 구매





2. 홈페이지에 있는 폰트매니저 프로그램을 깔고 로그인하면 자동으로 서체 다운




3. 필요한 서체의 체크 박스를 클릭만 해주면 끝! 





그리고 나름 폰트 구입 후기



윤폰트 '돈주고' 산다



1. 너만 보인단 말이야, 윤고딕 700, 705 시리즈 


연간 88,000원이라는 가격이 프리랜서나 1인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에게는 그리 부담은 아닐 듯하다. 

어도비 프로그램은 월에 거의 6만원돈이 나가고 있으므로. 아, 할 말이 없네....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윤고딕 700, 705시리즈 만으로도 멤버십 구매한 것이 아깝지 않다. 

뚠뚠이 윤고딕300과 얄쌍이 윤고딕500 사이 어디쯤을 바랐던 사람이라면 매우 유용하게 쓸 것 같다. 

게다가 사용범위 제한이 없다니(임베이딩의 경우만 별도 계약). 아주 굿굿. 


아름다운 것에는 투자를 해야한다는 마음이었음.



2. 폰트 187종 중에 있긴 있다. '간헐적'으로 쓸 만한 폰트들이.


요즘 간헐적 단식이 유행이라는데, 간헐적으로 아주 이따금씩 드문드문하게 쓸만한 폰트들이 보인다. 

커리어우먼은 아니지만(이름 참...무엇) 커리어우먼 시리즈나, Cre폰트들은 좀 쓰지 않을까 싶고. 



3. 라이선스 안심이 되지요. 확실히 



2D 디자이너는 1차 라이선스까지 커버 되는것만 구매해도 괜찮을 듯 싶다. 

인쇄물 목록에 거의 포함되므로. 그리고 영리 목적의 영상 등까지 2차 라이선스가 커버되는 폰트를 구입하려면 가격이 어마무시하게 뛴다는 점...후덜덜




윤폰트 '이럴거면' 안산다



1. 꼭 패키지여야만 했니


윤폰트의 낱개 폰트 구입은 중단됐다. "윤고딕하고 윤명조만 쓰고 싶어효" 해도 구매할 데가 없다. 

이제 어둠의 경로로 찾는 것은 그만두쟈. 이번 생에는 없을거야...


어쨌든 구매했으니 한마디만 하자면, 정말 '아니 왜이러나' 싶은 폰트가 많다(개인적 견해).

정말 이런 폰트가 쓰이기는 할까? 정말로? '이럴거면 주지마' 라고 말하고 싶지만, 어쨌든 받았읍죠. 네네.




1-1. 아니 왜 이렇게 하트를 좋아해...?





특히 윤수다 패키지....하트모양 성애자인가 싶었다. 왜이렇게 하트를 좋아해 진짜. 하나도 러브하지 않아요. 

귀염귀염한 무료 폰트 많잖아요. 굳이 돈을 주고 받기에는 메리트가 없다. 그리고 저 폰트들에는 사랑이 없어. 느낄 수가 없어요. 사랑은 말로 하쟈. 포옹으로 하자고요. 





서체 구매,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면



각 지자체, 기업 등에서 배포하는 좋은 무료 폰트 정말 많다. 개인적으로도 웬만한 무료 폰트는 다 가지고 있다. 

하지만 Ctrl+T를 누르고 어떤 서체를 쓸까 망설이는 시간이 늘어난다면, 서체를 구매해야 하는 때일 수 있다.


그리고 유료 폰트(윤폰트가 아니더라도)를 구매하고 나면 선택의 폭이 확장되는 느낌을 받는다. 

기본에 충실한 폰트를 많이 갖고 있을수록 보여주기식의 디자인이 아니라 탄탄한 기본기를 보여줄 수 있으니. 


만약, 윤폰트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면 각 멤버십에 어떤 폰트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PDF로 살펴보자. 

아래 링크에서 WHITE 폰트 PDF 다운로드 하기 클릭!


http://www.font.co.kr/yoonmember/membership_font.asp?itemIdx=4138




개인적으론 이게 나름 재미 포인트였는데,



타이포디자인에 관한 유용한 글들로 폰트의 생김새를 자세히 보여준다. 






클로드 가라몽의 가라몬드(가라몽)체에 대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끄덕






그래요. 윤수다 폰트들도 다 쓰임이 있는 것이겠지요....






제가 잘몰라 '잘 디자인된 타입페이스'를 몰라본 것일 수도 있.....어요. 




써니러브야 그래서 넌 셰리프 대신 하트를 집어 넣었니.






빵꾸똥꾸야, 네가 좋은 서체일수는 있으나 난 쓰지 못하겠구나. 생명력...미안해.



이러고 있었다.....

결론은 역시나 쓰지 않을 폰트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그래도 700이와 705를 드디어 쓸 수 있게 됐다는 것. 














1월 21일의 남산. 

우리의 게으름을 탓하고 미세먼지를 탓하며 

며칠 만에 올라간 아침 남산. 


7시가 조금 넘었는데도 여전히 큼지막한 달은 무엇.

알고 보니 전날 뜬 슈퍼문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저렇게 뜨는 달은 참 오랜만이라고 엄마는 방방 뛰며 춤을 추었고,

내년에는 머슬 코리아인지를 나가겠다며 되도 않는 포즈를 취해 보였고,

그것이 너무 웃겨 하루만치 웃을 양을 다 써버린 아침. 








1월 17일의 남산.

남산타워 색깔은 초록. 보통의 대기질도 이젠 감사할 따름.  




엄마가 몇 년 만에 연락이 닿은 지인들을 만나고 왔다. 

둘레길을 걷는데 엄마가 대뜸,


"다들 나이 들어서 하는 걱정이라고는 건강 밖에 없어. 왜인 줄 알아?"


"나이 들면 건강 챙기는 게 제일 걱정이긴 하지. 아프면 잘 안 낫기도 하고."


"아니야. 어디 아파서 자식들한테 민폐라도 끼칠까 그게 걱정인 거야.  

치매도 이젠 흔하게 걸리잖아. 병 걸려서 아픈 게 문제가 아니라, 

자식들한테 폐 끼칠까 봐 걱정인 거라고. 부모 마음은 다 그런가 봐."


막내딸인 엄마는 치매에 걸린 외할머니를 10년이나 모셨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병간호로 그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정말이지 가혹한 것이어서, 누구 하나는 나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형제들이 나몰라라 하고, 그냥 요양원에 모시라는 얘기를 들어도 엄마는 할머니를 끝까지 집에서 모셨다. 


그 세월을 무엇으로 다 말할 수 있을까. 

그 긴 시간 동안 할머니가 엄마에게 제일 많이 들은 말은 "엄마, 내가 누구야? 응? 말해봐 봐"였다.


그렇게 부모 병간호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제는 부모 입장에서 자신이 아프지 않기를, 자식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한다니. 조금 억울한 인생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엄마 PT도 시켜주고, 남산도 올라오고, 같이 운동하는 거잖아. 건강 챙기자고"


더 잘하겠다는 의미로 한 말이고 '내가 있잖아' 식의 위로의 말이었는데,


엄마의 대답,

"야, 너나 잘해. 체력도 딸려서 지금 너만 헉헉대잖아. 이제는 무릎도 아프다 그러고, 아이고"


그녀는 나보다 강하다. 여러모로. 









김연수 작가의 여행 산문집 <언젠가, 아마도>에

 "남산타워가 파란색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세상이라니"라는 제목의 글에서 

남산타워 기둥 색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서울타워 색깔에 관한 이야기. 

남산타워의 기둥 색깔은 대기질에 따라 변한다. 


빨간색이면 나쁨

초록색이면 보통

파란색이면 좋음


"터 잡고 사는 땅의 꼴이 이렇다 보니 더욱 여행을 꿈꾸게 된다."


__45p, 김연수 <언젠가, 아마도>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을 마냥 탓하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 작가는 여행을 꿈꾸고, 

나는 요 며칠 정말이지 기도하는 심정으로 매일 남산타워 기둥의 색이 파란색으로 바뀌기를 바랐다. 


그리고 오늘. 

잠깐 미세먼지가 주춤한 오늘.

체감온도 -12도라지만 그래도 오늘은 하늘도, 남산타워도 더없이 파랬으므로.

오랜만에 엄마도 나도 신났다. 


"세상이란 어디까지 나빠질 수 있을까? 하지만 그건 별로 궁금하지 않다. 내가 궁금한 건

인간이란 어디까지 긍정적일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건 아마도 지옥도 정겨워질 때까지가 아닐까." 


__ 115p, 김연수 <언젠가, 아마도>


남산을 내려오면서, 엄마도 비슷한 말을 했는데,


"이놈의 세상이 어쩌려고 이러나 몰라." 


"그래도 미세먼지 덕분인지 때문인지 이런 날이 더 감사하게 느껴지잖아. 내일도 파란색이면 좋겠다, 엄마."


아, 나 조금은 긍정적인 인간인가 싶었는데. 

빌어먹을 내일 또 미세먼지라니.















지난 여름 분투하며 찍은 만 여장의 사진들 정리 중이다.

우스갯소리로 만 장은 찍어온 것 같다고 했는데,

서...설마...그 만 장이 넘을 줄이야....


덕분인지 바짝 추운 한겨울에, 

햇빛 쨍한 여름날의 오키나와를 부지런히 복기하는 중


가치 몰라주는 아마추어 만나 고생했던 소니 알파 A7R III.

별 사진 찍고서야 너가 그런애구나 실감한. 


한여름밤의 오키나와 세소코 비치. 정말이지 탄성이 나오던. 





벌써 며칠째 남산을 못 올라가고 있다. 

무릎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더니 당분간 운동하지 말라는 처방 아닌 처방.....


그러나 문제는 미세먼지 였....

오늘은 초미세먼지 평소 6배? 목이 근질근질하다. 


쉬려고 마음먹은 것과 예기치 않게 쉬는 것은 참 다른데

미세먼지 때문에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으니 뭔가 억울하기까지 한 오늘. 



12월의 남산은 그래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구기자 같은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기도 했는데.


그립다 남산.

지겹다 미세먼지.




단지 무언가의 절반만큼 네가 왔다는 것

돌아가든 나아가든 모든 것은 너의 결정에 달렸다는 듯

지금부터 저지른 악덕은 죽을 때까지 기억난다


 서른 살 」 부분

진은영, 「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 23p




박상순 「 Love Adagio 

진은영 「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연말 약속이 많은 12월이라 많은 사람이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시즌을 돌아보며 오고 간 이야기들이 좋았다. 

더불어 모임에서 영업을 제대로 당해 박상순의 팬이 되었으므로

그의 시집을 모조리 모아보자(읽어보자) 다짐도 했다. 


그리고,

다음 시즌 첫 모임을 기다리고 있다. 두근두근




정리의 의미로, 


+ 트레바리 클럽장 모임이 비싼 이유를 말해보자 (개인적인 느낌적인 느낌...)


사실 시를 읽는 모임이 있다는 것만으로, 

게다가 시인 님이 모임을 같이 한다는 사실 만으로, 나는 조금 기뻤다. 


트레바리 이전에 3년 정도 독서 모임을 한 적이 있다. 

의지도 많이 했고, 친목의 성향도 강해서 독서 모임 외에 놀러도 많이 다녔다. 

그러나 책을 위한 모임에서 대화가 더 깊어질 수는 없을까를 고민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제일 얕았으니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래서 '중심을 잡아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말하고 나누는 것만이 아니라 배워가는 것도 있다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트레바리 클럽장 모임이 그랬고, 시밤이 그렇다. 



시밤이 클럽장 모임이라 좋은 이유는, 


1. 시를 해석하는 방법이 아니라 시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된다. 


클럽장님은 박상순 시인의 시를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박상순의 시를 읽다 보면 이유도 모른 채 울컥할 때가 있다. 좋은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지만 좋다. 공감을 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시가 좋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해석도 이유도 모르겠지만 좋은 것, 마음을 조금은 흔들어 놓는 것, 그 자체가 시를 읽는 이유가 아닐까라고.



2. 시와 시인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개인적인 사생활이나 씹을만한 가십거리가 아니라, 시인이 작업하는 방식이나 시인이 그리고자 하는 세계에 대한 힌트를 얻는 경우가 많다. 듣고 나서야 이해가 되는 시들도 있어서, 매번 이야기 듣는 것이 즐겁다. 



물 위의 암스테르담 


아빠는 두려워서 가지 못한단다

아들아, 딸아! 너희들이 대신 갈 수 있겠니?


물 위의 암스테르담

아직 열세 살인 너희들의 엄마가 있고, 

아직 아홉 살인 너희들의 아빠가 있고

죽은 기린이 있고, 죽은 코끼리가 있고, 죽은 앵무새

가 있고


죽어서도 어여쁜, 꽃들이 있고

죽어서도 떠다니는 연인들의 벌거벗은 몸이 있고


아빠가 타고 온 배들이 있고

아빠가 끌고 온 해일이 있고

아빠가 들고 온 폭풍이 있고

사람이 있고


지옥이 있고, 천국이 있고, 아빠가 만든 사람이 있고,

아빠가 무너뜨린 사람이 있고

아직 스무 살인 엄마가 있고, 아직 마흔 살인 엄마가 

있고


죽어서도 어여쁜, 꽃들이 떠다니는

죽어서도 슬픈 별들이 떨어지는

물 위의 암스테르담, 떠다니는 진화의 유체(流體)

아들아, 딸아! 너희들이 갈 수 있겠니?

아빠는 무서워서 가지 못한단다


아빠 대신 갈 수 있겠니. 갈 수 있겠니

그래도 한번쯤은 엄마에게 말해 줄 수 있겠니  



박상순, 「 Love Adagio , 39-40p


이 시가 특히 그랬다. 

임신 중절이 불법이었던 때에 몰래 아이를 지우기 위해 

암스테르담까지 배를 타고 건너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혼자 읽을 때는 읽고 그냥 지나친 시였는데, 그런 의미가 있었다니.

몇 번을 다시 소리 내어 읽어보게 되었다. 






기록용. 네 번째 독후감 ========================================================



#1 나의 푸른 봄은 어디쯤에서 손을 흔드나

- 진은영의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을 읽고,


누구의 입맛에도 맞지 않았고 / 서성거렸다

...

나는 젖지 않았다 서성거리며 / 언제나 가뭄이었다


<청춘 1> 부분


맞아 죽고 싶습니다 / 푸른 사과 더미에 / 깔려 죽고 싶습니다


<청춘 2> 부분


사이 만을 돌아다니던 때와 푸른 사과 더미에 깔려 죽고 싶던 때. 진은영 시인의 청춘 1과 청춘 2가 쓰인 시간의 간격을 알고 싶었다. 

나 또한 늘 가뭄이어서 알맞게 영글어본 적 없던 때가, 무엇으로든 맞아 죽고 싶었던 적이 있었으므로. 몹시도 궁금했다. 시인의 청춘 연작시는 어디쯤에서 뒤를 돌아보며 썼는지.

아라공의 말처럼 어느 즐거운 저녁때 돌아본 청춘의 모습이 보기 어땠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시를 읽으며 내게 손을 흔들어 보이는 것은 나의 어느 시절일까도 생각하며 읽게 됐다.


봄에서 여름이 가고, 가을도 지나고, 겨울에서 다시 봄이 된 어느 한 시절을 기억한다. 그 시절에 대해서는 말할 것이 많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내가 있고, 네가 있었고, 조용하면서도 소란스러운 적막 가운데 서로의 발의 리듬을 맞추어 보던 때를 기억한다. 그때를 복기하는 것만으로도 구원을 받을 때가 종종 있었으므로,

즐거운 저녁때가 아니더라도 공들여 돌아보는 장면이다. 그 시절, 여전히 나는 가뭄이었고, 서성거렸고, 끊임없이 흔들렸지만 왜인지 그것들은 휘발되고 스스로도 부러운 청춘의 모습으로만 남았다. 


청춘의 연작시가 4개나 있는 것을 보면, 진은영 시인의 청춘도 하나의 모습, 하나의 시절은 아닐 터, 오늘의 나는 또 어느 미래의 내게 손을 흔들어 보일까.



#2 내가 여기 있다고

-박상순의 < Love Adagio >를 읽고,


<창밖에>


창밖에 네 사람이 서 있다 / -그해 봄에, 그해 봄에 / 나는 연인 곁에서 길을 잃었다 /

창밖에 세 사람이 서 있다 / -그해 여름에, 그해 여름에 / 나는 연인 곁에서 길을 잃었다 / 

창밖에 두 사람이 서 있다 / - 그해 가을에, 그해 가을에 / 나는 연인 곁에서 길을 잃었다 / 

창밖에 한 사람이 서 있다 / - 그해 겨울에, 그해 겨울에 / 나는 연인 곁에서 길을 잃었다 /


창밖에 사람들이 서 있다가 사라졌다. 내가 지금 밖으로 나가더라도 그들을 마주할 기회는 없을 것이다.

봄이 지나고, 여름과 가을이 가고 겨울이 다 가도록 내게 일어난 일, 창밖의 풍경이 점점 비워져 간다는 것. 게다가 4계절을 보내는 내내 나는 옆에 연인을 두고도 길을 잃었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오면 창밖에는 단 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고, 그것을 바라보는 나조차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 

좌표를 상실한 내가, 나를 바라보는 이 하나 없는 세계에서 내가 여기 있다고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박상순의 시에서 시적 화자는 줄곧 달아나거나 사라진다. 자기를 장면에서 지우는 방식으로 내가 한때나마 거기에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를 읽으며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누구인지, 도대체 무엇으로 스스로를 증명해 보일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 앞에서 또 길을 잃는 심정이 되었다. 아주 긴 인생만큼이나 오랜 시간을 들여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HAPPY NEW YEAR!



이것도 벌써 작년의 일, 

지난달 db판화 작업실에서 리소그래피 2주 과정을 들었다. 




1주 차에서는 1도 인쇄,

2주 차에서는 2도 인쇄로 새해 카드 만들기를 진행했다. 


덕분에 묵혀두었던 아이패드를 꺼내

발그림도 그려보고 (이렇게 못 그리진 않았는데....)

리소라는 인쇄 기법도 알게 되고 이래저래 재미난 연말을 보냈다. 




여러 가지 종이를 준비해 가서 찍었더니, 종이 표면이나 색에 따라 느낌이 다르게 나왔다. 





새해 카드 Ver. 1 시밤 새해 카드 


12월에도 트레바리 모임이 있으니 시밤 식구들 카드도 만들어야지 했는데, 

어느덧 4가지 버전 카드가 모두 시를 위한 새해 카드가 되어버렸다. 





시밤의 김상혁 시인님을 그리고 싶었으나, '넌 누구니?'

(닮지 않았습니다. 더 멋있으세요....정말로요)





새해 카드 Ver.2 황금돼지 새해 카드 


황금돼지라 돼지, 꽃, 음표라고 그렸으나 바나나가 된....생각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리소그래피는 형광 느낌이 쨍하게 나고 종이 질감에 따라 인쇄가 달라져서 매력 있다. 

 




새해 카드 Ver 3. 새해 소망 카드


하늘을 조금 더 자주 보고 살고 싶으네. 








새해 카드 Ver 4. 망했다 카드



리소는 보통 연한 색을 바탕으로 찍고, 진한 색으로 글자나 포인트로 해야 하는데, 

그것을 바꿔서 인쇄해봤더니 블루가 너무 진해서 핑크색이 눈에 잘 안 띄게 나와버렸다. 



 

덕분에 만나는 사람마다 빈손으로 새해 인사를 건네지 않아도 되었는데, 

내 사람들은 언제 만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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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소그래피는 생각보다 간단하지만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거슨 선생님의 일...



그래도 덧붙여보자면, 


1. 2도 인쇄를 찍기로 마음 먹는다. 

2. 두 개의 색을 신중히 고른다. 

3. 각 컬러에 해당하는 그림 작업을 따로따로(포토샵-레이어) 한다. 

4. 첫 번째 컬러(상대적으로 연한 컬러)에 해당하는 부분을 리소 인쇄기로 찍는다. 

5. 하나의 컬러가 찍힌 종이가 나오면 인쇄기에 다시 넣는다. 

6. 두 번째 컬러를 리소 인쇄기로 덧찍는다. 


첫 번째 색(연한색) : 바탕이나 상대적으로 넓은 면을 처리할 때 쓰자.



두 번째 색(진한색) : 보통 글자나 포인트로 표현하고 싶은 것을 작업한다.


합치면? 요런 느낌~ 최종 인쇄되는 느낌을 포토샵으로 확인하면 감을 잡을 수 있다. 

















이 세상에서 너의 묘사를 더 이상 발견할 수 없을 때까지 

나는 걷기로 했어


-  바다가 보이는 주유소」 부분

-  김이강, 타이피스트42p


      


1809 시밤_세 번째 모임


김이강  타이피스트 

유진목  식물원 






가을은 독서의 계절인데 유독 시가 읽히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이쯤에서 시를 읽는 것을 포기해야 할까도 싶었다. 시를 읽는 것이 뭐라고 이렇게 괴롭나 싶어서. 

숙제를 다 끝내지 못한 사람의 심정으로 나간 시밤의 세 번째 모임.


유진목 시인의 식물원 에는 20페이지 가량 70년대(?) 흑백 사진들이 담겨있다. 

어떤 이의 사진인지 모를 그것들이 시집에 담겨있으니 오히려 시를 읽는데 방해가 되었다거나, 

의도를 당최 알 수 없으니 페이지가 아까웠다거나 하는 말들이 오갔다.  

그래도 그것이 계기가 되었는지 개인적 경험들을 더불어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나는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김상혁 클럽장님은,


"주제(사진)를 던져놓고 추리해보는 일 자체가 시적 경험이며, 정답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고 말씀 해주셨다. 



그는 여러 번 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지 못하고

한번은 태어나자마자 죽었고

한번은 태어나기 전에 죽었다

그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다.


 0 부분

-  유진목, 식물원」, 84p


모임이 끝나고 모두가 칭찬을 한 유진목 시인의 연애의 책이 궁금해졌다.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어보고 싶은 것은 김이강의 시집이었던 것 같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시인의 말'이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해수욕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들판을 지나 걷는다.

아주 단순하게

끝없이 걸어가는 일


등신대(等身大)로 살아간다는것.

평평하다는 건 그런 걸까.


-김이강 「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기록용, 세 번째 독후감---------------------------------------------------


다만 춥고 비가 내려서


11월, 가을이 한 뼘 더 멀어진다. 책을 읽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라는데 시는 좀처럼 읽히지 않았고, 다만 춥고 비가 내렸다. 


유진목 시인의 시를 읽는 내내 남성의 목소리로 읽혔다. 중저음의 어디인지 모르게 서리하면서도 슬픈.

시를 어느 정도 읽고서야 여성 시인인 것을 알게 됐는데 그런데도 시집 곳곳에서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이쯤 되니 그게 뭐 중요할까 싶었다.

게다가 숫자로 된 제목이 전부인 줄 알았다. 책장 끄트머리의 단어들을 놓친 채 반 이상 읽어버렸는데,

그건 조금 곤란하다고 생각해 다시 읽었지만 나무의 생김새를 애써 찾아보지는 않았다. 멋대로 읽어보고 싶었다.

처음부터 기막히게 오독을 했다고 생각해버리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래서인지 사진들을 보거나 시구를 읽고 생각나는 것들을 생각나게 내버려 뒀다. 

예를 들어, '시인은 이름에 나무 목을 쓰나? 이름에 나무 목자가 들어간 사람의 인생은 어떨까. 그래서 나무의 이름들이 가득한 시집을 낼 수 있었던 걸까. 매미같이 운다는 것은 어떤 걸까. 그는 정말 1998년 여름의 끝에서 죽었을까. 정말 망설이는 사람은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걸까. 아차차, 맹그로브 사이를 걸어가던(헤엄치던) 외국인이 기억난다. 그 사람은 죽었을까. 맹그로브가 되었을까. 나도 쇠 쇠하고 울었던 기억이 있는 것 같은데, 언제였더라.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는 나는 몇 번의 생을 살았을까. 고양이는 아홉 번을 산다는데 나는 그것보다 많을까 적을까. 태어나자마자 죽은 때도 있었을까. 한 번은 나무로 살았던 적도 있을까. 전생의 그리운 이가 떠올라 울다가 까무러치기도 했을까. 도무지 기억이 안 나는 것을 보면 나는 이번이 첫 번째 생일까. 몇 번의 생을 반복해야 "살아가는 일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만하고 싶어요”라는 말이 나올까. 마지막 장인데 이걸 끝으로 내 생애도 끝나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것들. 

쓸데없지만 쓸데없어서 의미있을지도 모를 생각의 부스러기들이 유진목의 시를 읽는동안 여기저기 흩어졌다. 

제멋대로 읽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모임 후에 천천히 시간을 들여 다시 읽어보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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