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부터 새벽에 일어나 엄마와 남산을 걷기 시작했다. 

남산이라고 해봐야 서울타워는 구경도 못하고, 

집 근처 둘레길을 걷는 것만 해도 1시간 30분이 훌쩍 지나간다.

미세먼지 심한 날과 코가 떨어질 것 같은 강추위 때만 빼고는 4개월을 줄곧 걸은 셈이다. 


잦은 과식으로 둘 다 드라마틱 한 체형 변화는 없지만(역시 다이어트는 식단 조절...)

다이어트 그 영원한 숙제와는 별개로 엄마와 나는 이제 거의 남산 중독 수준에 이르렀다. 

이제는 남산을 걷지 않으면 왜인지 하루가 유독 길고 피곤하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아 좋다, 아 좋으네, 너무 좋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무엇보다 엄마와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매일 아침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낄낄거리는 것이 꼭 남산 바보들 같지만, 

이따금 참지 못한 웃음이 터져 나올 때가 있는데, 그런 웃음은 건강에 더 좋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올해에 계획한 것 중에 하나가 블로그를 꾸준히 하는 것인데, 

내겐 너무 어려운 일이라 그래도 그나마 매일 하는 것이 걷는 것이라 이것을 일기처럼 쓰다 보면,

오키나와 여행기도 책을 쓰는 일도 시를 읽는 일도 그림을 그리는 일도

자연스레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걸으면서 보낸 시간들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지난 가을 남산은 참 예뻤는데, 계절의 변화도 같이 담을 수 있다면 좋겠다. 


올해 남산에 몇번이나 올라갈 수 있을까.

미세먼지의 공습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남산 타워까지 가볼 날이 올까.

그나저나 살은 뺄 수 있을까.

엄마라는 사람을 더 알 수 있게 될까.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엄마가 더 이해하게 될까.


걷다 보면 알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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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후에 걸었다. 

엄마는 나를 낳고 가물치를 고와 마셨다는 것과

어릴 때 집에 때마다 끓여놓던 곰국을 정작 엄마는 싫어한다는 것.

내가 그림을 그리게 될 줄 알았냐는 질문에,

"하여간 너는 신문지로 오리고 붙이고 뭘 그렇게 만들더라" 하면서

할아버지가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 "얘는 미술 시켜야겠다"라고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엄마의 기억에는 몰랐던 나의 어린 시절이 있어 듣다보면 어린 내가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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